음식과 약식동원
냉장고 없던 시절의 후추 — 동의보감이 기록한 쓰임
오늘날 후추는 식탁 위 양념통에 담겨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속을 데우는 약재이자 상한 생선·고기·버섯의 독을 푸는 물질로 기록했습니다.
호초(胡椒)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향신료입니다. 그러나 동의보감을 펼치면 이 평범한 열매가 왜 귀하게 대접받았는지에 대한 대답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속을 데운다
탕액편은 성질이 크게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고 적습니다. 기를 내리고 속을 데우며 담을 없앤다고 하고, 가슴과 배가 차서 아픈 증상과 냉으로 인한 설사에 쓰였다고 합니다. 뜨겁고 매운 성질 때문에 "속을 데우는 약"으로 분류된 것입니다.
상한 음식의 독을 푼다
가장 눈에 띄는 구절은 온갖 생선·고기·자라·버섯의 독을 없앤다는 대목입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던 시절, 후추가 향신료이면서 동시에 음식 탈을 막는 물건으로 여겨졌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글은 그 기록을 소개할 뿐, 후추로 상한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덜 익은 열매는 다른 이름
같은 나무에서 덜 익어 푸를 때 딴 열매는 필징가(蓽澄茄)라는 하위 항목으로 따로 다뤄졌습니다. 쓰임은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주의
성질이 매우 뜨거워 열이 많고 입이 마르며 혀가 붉은 체질에는 맞지 않는다고 전해집니다. 요리에 쓰는 소량은 대체로 무방하지만 약용량은 전문가의 지도를 따라야 합니다. 이 글은 교육용 정보입니다. 따뜻한 성질의 또 다른 예는 생강입니다.
